내 청첩장에 묻어버린 설렘, 대구웨딩박람회 관람 포인트 체크리스트

대구웨딩박람회 관람 포인트 체크리스트

어제 새벽 두 시, 침대에 눕자마자 알람을 다시 맞췄다. 7시? 에이, 그럼 또 지각각. 6시 40분으로 살짝 땡겼다. 듣기로는 박람회장 입구 줄이 장난 아니라길래 괜히 설렜다. 아침 공기가 아직 차가운 계절인데도 발끝이 뜨거웠다. 이유는 뻔했다. 결혼. 내가 결혼이래! 라떼 인생 동안 ‘우정 결혼식’이라며 친구들 손 잡고 스튜디오 셀카만 찍던 내가 진짜 벚꽃 날리는 드레스 라인업을 보러 간다니? 살짝 현타도 오고, 심장도 쿵쿵. 내적 비명 셋째 줄.

근데 하필이면, 머리 감고 나오다 드라이기를 빠뜨렸다. 물기 묻은 앞머리가 이따가 사진 찍을 때 곱슬로 변신할 걸 알았지만… 귀찮은 건 아주 살짝 귀찮았다. ‘어쩔! 셀카 필터가 있지’ 하는 마음으로 현관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렇게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실었는데, 하필 구두 굽이 ‘딱’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순간 기절각; 그래도 박람회장에서 제공한다는 슬리퍼 굿즈가 생각나서 살았다. 이렇게 인생은 얄궂게도 TMI의 연속이라는 걸, 나는 그날 또 배웠다.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건 대구웨딩박람회 간판 아래 반짝거리는 조명이었다. 사람이 몰려 있으면 웬만해선 뒤로 빠지는 성격인데, 오늘만큼은 ‘쫄지마!’를 되뇌며 무작정 입장. 줄 서 있다가 양손에 커피 쿠폰, 웨딩 다이어리, 그리고 미니 향초 받아 든 순간, ‘오.. 공짜 좋아!’라는 Z세대 본능이 또 발동했다😉

장점·활용법·꿀팁, 내가 깨달은 낱낱의 순간

1. 한 번에 모아보는 드레스 피팅 – 현실 감각 ON

솔직히 드레스샵 투어만 돌아도 교통비가 지출 파티다. 나는 계산기에 손이 빨라서, 버스비 곱하기 다섯 회차를 뚝딱 해봤다? 순간 입에서 “아악” 소리가. 근데 박람회장에선 라인별로 입어볼 수 있어서 현실 체크가 수월했다. 어깨가 생각보다 넓어 보인다는 걸 거울 앞에서 직면했고, 친구가 “그거 약간 롤러장 가는 룩, 아니냐?”라는 팩폭을 해서 정신 차렸다. 그래도 덕분에 A라인 + 숄더 드롭 디자인으로 상체를 가리는 꿀조합을 찾았지 뭐.

2. 계약 전 추가 특전, 놓치면 완전 손해!

스냅 촬영 상담 중이었는데, 내가 그만 카페인 과다로 손을 덜덜 떨었다. 그때 플래너님이 물 한 컵 건네주며 “오늘 계약하면 식전 영상 서비스 무료”라고 속삭였다. 오, 이거 가히 두근 할인. 다만 마음이 급하면 꼬인다. 전자서명 탭을 살짝 잘못 눌러 내 이름 초성을 삐뚤빼뚤 입력해버렸다. 결국 서명 다시하느라 3분 지연. 그 3분 덕분에 추가 협찬 꽃장식도 챙겼으니, 실수도 나름 값졌다.

3. 체크리스트 작성, 그러나 규칙 좀 깨보기

박람회 가기 전날 노트에 번호를 1,2,3… 정갈히 적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글자 대신 낙서가 난무. 하트, 별, 심지어 구두 굽 모양까지. 집에 와서 보니 리스트가 아니라 그림일기 같더라. 그래도 덕분에 기억이 더 생생했다. 그러니까 여러분, 정리 강박? 가끔은 놓아줘도 됨. 메모 대신 음성 녹음이나 셀카 하나면 충분히 기억을 호출하니까.

4. 부스마다 있는 미니 세미나 – 귀가 트이는 순간

사회 초년생 스킬로 ‘눈 마주치면 인사’ 모드를 켰더니, 부스 직원분들이 즉석 세미나로 끌어주셨다. 식장 플로어 장단점, 식대 깨알 절약, 주차권 협상 팁… 귀가 호강했다. 아, 근데 중간에 “저 혹시 야외 촬영할 때 반려견도 데려가도 되나요?”라며 질문하다 이름표를 뒤집어 쓰는 바람에, 강사님이 내 이름을 ‘이승현’ 아닌 ‘현승이’라고 부르셨다. 쑥스 그 자체였지만, 그 자리에서 펫 동반 촬영 퍼센트 할인까지 챙김. 당당한 TMI가 곧 혜택이라니, 세상은 참 알 수 없다.

단점, 그래도 솔직해야지

1. 과잉 정보, 뇌 과부하 경고

부스 열다섯 번째쯤 되니 머리가 핑 돌았다. 카메라 브랜드, 헤어 업스타일, 신부대기실 조도… 아니 잠깐, 나는 결혼하는 사람이지 웨딩 MD가 아니잖아? 중간에 화장실 가서 거울 보고 “야, 심호흡”을 주문했다. 루즈하게 쉬는 타임을 스스로 설정하지 않으면, 즐겁자고 온 박람회가 멘탈 강제 로그아웃 될지도.

2. 소음 + 인파, 내적 번아웃

DJ 부스에서 흘러나온 트로피컬 사운드가 나름 신났지만, 상담 중일 때는 목소리가 묻혔다. 그래서 자꾸 “네?”를 반복했더니 상대가 마치 내가 돈 계산 못 하는 줄 알았는지 “예산은 어느 정도?” 묻기 전, 먼저 걱정스런 눈빛을 보냈다. 그때 약간 자존심이 스쳤다. 음향이 좋았더라면, 요런 오해는 덜했을 텐데 말이지.

3. 무료라고 다 좋은 건 아님

샘플로 받은 핸드크림, 향은 좋았는데 손등에 바르자마자 끈적임이 탈주. 결국 가방 안에서 비닐봉지에 격리 조치. 공짜를 집었다면, 일단 시향·시착 필수. 욕심은 참, 사소한 실수로 돌아오기 쉽다.

FAQ – 내가 직접 물어보고, 부딪히고, 기록한 것들

Q. 박람회장에 몇 시쯤 가야 덜 붐빌까요?

A. 나 기준, 토요일 오픈과 동시에 입장했는데도 인기 부스 앞엔 벌써 줄 열댓 명. 가능하면 금요일 오후 반차 끊고 3~4시 사이에 가보길 추천. 그땐 플래너님들도 덜 피곤해서 설명이 길어짐. 공짜 쿠폰도 넉넉히 남아 있고!

Q. 미리 예약하고 가야 하나요?

A. 예약하면 따로 대기석이 있는 부스도 있음. 근데 나는 그걸 까먹어서 현장 접수 했거든. 다행히 ‘잠깐 둘러보고 올게요~’라며 느긋하게 돌다 보니 자연스레 빈자리 생성. 내 결론: 부스별로 온·오프 예약 적절히 섞기.

Q. 비용 견적은 바로 받아도 안전할까요?

A. 견적서는 사진 촬영하든, 이메일로 달라든 무조건 기록해두기. 나처럼 카톡방에 캡처만 던져놓고 명칭을 “ㅋ”로 해두면 검색할 때 고생함. 눈물 포인트. 폴더명 ‘웨딩견적_날짜’ 하나만 만들어도 미래의 나에게 큰 선물이더라.

Q. 반려동물 동반 가능 부스는 어떻게 찾나요?

A. 입구 인포데스크에서 ‘펫 프렌들리’ 표기된 지도 줌. 나는 못 받다가 발품 팔아서 세 군데만 알아냈다. 알아보니 실제론 다섯 군데였… 하, 부지런하면 득템 확률 쑥쑥.

정리하자면? 결혼 준비가 꼭 순탄할 필요 있나. 약간의 굽 부러짐, 서명 삐뚤기, 이름표 뒤집힘도 나중엔 전부 추억 샷이 되는 걸. 그러니까 마음껏 헤매도 좋다. 그 길 끝에, 결혼식장 드레스 자락에 반짝이는 조명 한 줌 얹히기를. 그리고 다시, 설레는 아침을 맞이하기를.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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